지난 2020년 영화 〈기생충〉이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받았을 때 봉준호 감독과 함께 주목받은 이가 있습니다. 바로 영화 번역가 달시 파켓Darcy Paquet입니다.
봉 감독은 〈기생충〉을 두고 “한국인만 100%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얘기했는데요. 실제로 영화 속에는 짜파구리, 서울대, 반지하, 수석(壽石)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달시 파켓은 영문 번역을 통해 이를 절묘하게 재창조했습니다. 사실 그는 〈옥자〉를 제외한 봉 감독의 모든 작품 번역을 전담했고,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와 〈헤어질 결심〉을 비롯해 〈밀정〉, 〈국제시장〉 등 지극히 한국적인 상업 영화와 〈우리들〉 같은 독립 영화에 이르기까지 100편이 훌쩍 넘는 한국 영화와 외국 관객을 언어적으로 단단하게 연결한 주인공입니다.
《기아 디자인 매거진》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영화 번역가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를 진심으로 아끼는 씨네필, 영화 평론가, 그리고 한국 독립 영화를 알리는 영화제 집행위원장까지 그가 지닌 다양한 면모를 살펴보았습니다. 달시 파켓의 목소리에는 20여 년간 쌓아 올린 한국 영화에 대한 진심이 가득 녹아있었습니다.